누가복음 1장 39절부터 45절까지의 말씀은, 마리아가 친족인 엘리사벳이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잉태했다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듣고 방문하는 장면입니다. 불가능을 경험하는 두 여인에 대한 내용을 개역개정 성경으로 통독하고 주석과 해설을 참조하여 묵상하였습니다.
누가복음 1장 39절-45절, 주석과 해설 정리
누가복음 1장 39절
이때에 마리아가 일어나 빨리 산골로 가서 유대 한 동네에 이르러
마리아가 … 빨리
본 절에 이르러 엘리사벳과 마리아에 관한 두 가지 이야기가 결합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예수께서 요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예수와 그 어머니 마리아에게 주의가 집중된다(43절). 여행길이 얼마나 걸렸는지, 어떻게 여행했는지, 누구와 함께 찾아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단지 그녀는 엘리사벳을 만나고자 하는 일념으로 여행길을 재촉해 ‘빨리’ 갔다고 전한다. 아마 마리아는 친족 엘리사벳도 이적적 은혜에 의해 수태되었다고 하는 소식을 듣고 그 기쁨과 놀라움을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한편, 혹자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기 전에 마 1:18-25의 사건들이 발생했다고 한다(Pulpit Commentary).
중에(오레이넨)
이 단어는 해안에 접해 있는 유대 산지를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장소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 팔레스타인을 해안 지대, 평원 지대, 계곡 지대 그리고 고원 지대로 구분할 때, 사가랴의 집은 이 고원 지대에 위치했던 것 같다(이 상근).
누가복음 1장 40절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하니
문안하니
‘에스파사토’의 기본적 의미는 ‘껴안다’인데, 여기서 파생된 의미가 ‘ … 을 좋아하다’, ‘ … 에게 경의를 표하다’, ‘ … 를 환영하다’ 등이다. 즉 이 인사는 포옹과 문안을 포함하는 매우 열렬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H. Windisch, TDNT., I, 496-502, Lenski).
누가복음 1장 41절
엘리사벳이 마리아가 문안함을 들으매 아이가 복중에서 뛰노는지라 엘리사벳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아이가 … 뛰노는지라
임신 6개월에 복중(腹中)의 아이가 뛰노는 것은 흔히 있는 자연적 현상이다(창 25:22). 자연적인 것 같은 현상을 특수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 까닭은 이 순간의 태동(胎動)이 다른 때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누가는 이것을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로 기록하였음에 분명하다. 그리스도의 길을 예비하는 요한이 복중에서부터 그리스도의 방문을 기뻐 뛰놀며(44절)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브레포스’은 이 구절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胎兒)에 해당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18:15에서는 예수로부터 영적 축복을 받는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도 이 단어가 사용된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아이에게 역사하신 성령의 감동이 그의 모친 엘리사벳에게도 역사해 그녀의 마음에 놀라움과 감사, 사랑을 가득 채워주었다. 엘리사벳에게 임한 성령의 역사는 예언을 통해 나타났으며, 이러한 예언의 영은 구약에서도 종종 나타난 바이다. 엘리사벳을 방문한 마리아, 그 인사를 들은 엘리사벳, 복중의 태아, 모두가 성령 안에 있었다.
누가복음 1장 42절
큰 소리로 불러 이르되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으며 네 태중의 아이도 복이 있도다
큰 소리로 불러 가로되
오랜 산중생활에서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던 중 마리아를 만난 데서 온 기쁨, 마리아를 만나자마자 복중의 아이가 뛰는 사실에 대한 감동 그리고 성령의 계시 등에 의한 복합적 감정의 표시로서 탄성을 발했을 것이다. 물론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일어난 사실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마리아가 찾아와 인사를 하자 그 순간 계시에 의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Lenski).
여자 중에 … 복이 있도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의 입을 통하지 않고서 성령의 계시에 의해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았다. 본 절은 최상급을 나타내는 히브리적, 아람어적 표현으로서(삿 5:24, 아 1:8) 마리아가 세상의 모든 여자 중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자임을 가리킨다. 물론 마리아의 축복은 그녀의 복중에 든 아기 곧 만백성을 구원하실 메시아 때문이지 마리아 자신의 특별한 장점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가톨릭에서 마리아를 성모로서 숭배하는 것은 비성경적이라 할 수 있다.
누가복음 1장 43절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오니 이 어찌 된 일인가
내 주의 모친
신약성경 어느 곳에서도 마리아를 가리켜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한 곳은 없다. 예수 안에 있는 신성(Deity)을 인성(人性)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예수는 하나님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예수이시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마리아는 메시아요 주이신 예수의 어머니였지, 하나님의 어머니인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에서는 마리아를 신성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이는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우상 숭배에 다름 아니다. 한편, 본서에는 ‘주’(Lord)라는 명칭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공관복음에 이 명칭이 166번 나오는데 그중 95회가 누가복음에서 사용되었다). 누가복음의 예수 탄생 기사를 보면 이곳 외에도 다른 두 곳에서 예수는 ‘주’로 불렸다(76절, 2:11). 여기서 이 말은 유대인들이 대망해 오던 바로 그 메시아를 지칭한다.
내게 … 어찌 된 일인고
엘리사벳의 이 말과, 후에 세례 요한이 세례 받으러 나오신 예수께 한 말,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마 3:14)는 맥을 같이한다. 엘리사벳의 이 겸손함이 예수의 신들메도 감당치 못하겠다는 세례 요한의 겸손으로 이어진다.
누가복음 1장 44절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네 문안하는 소리가 … 뛰놀았도다
이 구절에 해당하는 헬라어 원문 서두에는 ‘이유’를 설명하는 헬라어 ‘가르’이 사용되었다. 이것은 앞 구절의 이유를 설명한다. 메시아에 대한 계시가 엘리사벳 자신에게 임했다. 그리고 그 계시를 통해 마리아에 관한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복중의 태아도 기쁨으로 뛰어놀았다. 한편 자신에게 있었던 그 비밀한 일을 엘리사벳이 알고 반응하며 동시에 이를 통해 자신이 낳을 아이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또 엘리사벳의 복중의 아이도 기뻐하며 자신의 아이에게 경배하자 마리아는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복음 1장 45절
주께서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은 그 여자에게 복이 있도다
믿은
‘피스튜사사’은 원형이 ‘피스듀오’으로 단순 과거 분사형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마리아가 어느 한순간만 믿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계속해서 신앙을 지켜온 여인임을 알 수 있다.
주께서 … 이루리라
이 문장에는 개역 성경에 번역되지 않은 헬라어 단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문두에 있는 ‘호티’이다. 이것은 ‘ … 하는 것’(that) 또는 ‘ … 이기 때문에’(for because)라는 뜻이며 이 후자의 뜻으로 옮기면 더욱 생생한 의미가 드러난다. 하나님의 약속하신 말씀은 일점 일획도 어김없이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믿은 여인 곧 마리아가 복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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