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교는 마태복음 27장 32절 구레네 시몬의 이야기를 통해 예기치 않은 고난과 의무 속에서 우리가 보여야 할 믿음의 자세를 강조합니다. 강요된 십자가를 짊어진 시몬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삶에 주어진 어려움 속에서 불평 대신 감사, 외면 대신 순종을 선택하며 주님을 따르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합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를 발견하고, 십자가를 통해 영광으로 나아가는 믿음의 여정을 격려합니다.
마태복음 27장 32절, 구레네 사람 시몬의 선택
서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는 예수님의 마지막 여정, 그 고통스러운 길 위에서 예상치 못하게 등장한 한 사람을 만나보려 합니다. 그의 이름은 시몬, 북아프리카의 도시 구레네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왔거나, 시골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그는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비극적이고도 영광스러운 현장 한가운데로 불쑥 들어서게 됩니다. 로마 군인들은 지쳐 더 이상 십자가를 지고 가실 수 없는 예수님을 대신하여, 길을 지나던 이 이방인 시몬을 붙잡아 강제로 십자가를 지게 했습니다. 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본론
마치 사도행전 9장에서, 다메섹의 아나니아에게 주어졌던 명령처럼 말입니다. 아나니아는 자신을 찾아온 이가 과거 교회를 핍박했던 사울이라는 사실에 두려웠고 망설였지만,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나아갔을 때, 그는 위대한 사도 바울의 회심과 사역의 시작을 돕는 귀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시몬 역시,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이 무겁고 수치스러운 짐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오늘 우리는 이 구레네 시몬의 이야기를 통해, 예기치 못한 부르심과 그 속에서의 우리의 선택에 대해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첫째, 강요된 순종 속의 만남
먼저, 오늘 본문 32절을 함께 읽겠습니다.
마태복음 27:32, 나가다가 시몬이란 구레네 사람을 만나매 그에게 예수의 십자가를 억지로 지워 가게 하였더라
여기서 '억지로 지워 가게 하다'라는 말의 원어는 '앙가류오(ἀγγαρεύω)'입니다. 이 단어는, 당시 로마 군인들이나 관리가 민간인에게 강제로 노역이나 짐을 지우는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시몬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로마 군인의 강압적인 명령 앞에서 거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십자가는 당시 가장 흉악한 죄수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의 도구였고, 그것을 진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 있는 자라는 율법의 말씀(신 21:23) 때문에 더욱 꺼려지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시몬은 얼마나 당황스럽고, 분하고, 원망스러웠을까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강요된 순종의 순간은 시몬이 인류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지친 숨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그분의 신음과 고통을 바로 곁에서 느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과 짧은 눈 맞춤이라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우리의 삶에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원치 않는 의무, 피하고 싶은 책임들이 '앙가류오'처럼 강제로 주어질 때가 있습니다. 질병, 실직, 관계의 어려움, 감당하기 벅찬 사명의 무게 앞에서 우리는 좌절하고 원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우리가 연약함 속에서 주님을 가장 깊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강요된 자리였지만, 그곳에서 시몬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우리 역시 고난의 자리에서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둘째, 억지로 십자가를 짐에서 영광의 통로로
시몬이 억지로 십자가를 진 이 사건은 그저 불운한 해프닝으로 끝났을까요? 성경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통해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마가복음 15장 21절은 시몬을 구체적으로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라고 소개합니다. 왜 마가는 그의 아들들의 이름을 밝혔을까요? 이는 알렉산더와 루포가 당시 로마 교회를 포함한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사도 바울은 로마서 16장 13절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로마서 16:13,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의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
만약 이 루포가 시몬의 아들이 맞다면, 시몬의 가정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실한 믿음의 가정이 되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억지로 졌던 십자가의 경험이 시몬 자신과 그의 온 가족에게 구원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잠시나마 대신 짊어졌던 그 십자가의 의미를 자녀들이 깨닫고, 주님을 따르는 신실한 제자들이 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비록 시작은 강제적이었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경험은 시몬과 그의 가정에게 영원한 생명과 영광으로 나아가는 축복의 통로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또, 누가복음 23장 26절은 시몬이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라가더라"라고 기록합니다. 어쩌면 이 강제적인 동행의 경험이, 훗날 자발적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삶으로 이어지는 영적 전환점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무거운 짐들,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은 고통스럽고 원망스러울지라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순종함으로 감당할 때, 하나님은 그것을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놀라운 은혜와 영광의 통로가 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실천 : 우리의 십자가를 지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구레네 시몬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십자가를 어떻게 지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로마 군인이 강제로 십자가를 지우지는 않지만, 삶 속에는 크고 작은 '십자가'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 힘겨운 가정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어려운 직장 생활일 수도 있으며, 관계의 갈등, 건강의 문제, 혹은 감당하기 벅찬 사역의 부담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십자가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시몬처럼 처음에는 억지로, 마지못해 질 수도 있습니다. 불평하고 원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몬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그 억지 짐 속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십자가 앞에서 믿음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불평 대신 감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비록 힘들지만, 이 고난을 통해 나를 단련시키시고 더 깊은 은혜의 자리로 인도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감사하는 것입니다. 둘째, 외면 대신 순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피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예수님께서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 16:24)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기꺼이 그 짐을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가 무엇인지 돌아봅시다. 그리고 그것을 불평하며 억지로 끌고 가는 대신, 믿음으로 기꺼이 짊어지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삶을 선택하시기를 축복합니다.
결론
구레네 사람 시몬에게 그날 아침은 그저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만남과 강요된 십자가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 속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와 은혜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인생의 길에서 만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부담들, 그것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부르심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십자가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믿음으로 그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주님을 따라갈 때, 하나님은 우리의 순종을 통해 놀라운 영광을 드러내시고, 우리를 더욱 깊은 은혜의 자리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함께 하는 기도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구레네 시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에 주어진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때로는 원치 않는 부담과 고난 앞에서 원망하고 넘어질 때가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셔서,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기꺼이 지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삶을 살게 하옵소서. 강요된 순종 속에서도 주님을 만났던 시몬처럼, 우리도 고난 속에서 주님을 더 깊이 만나게 하시고, 우리의 짐이 오히려 축복과 영광의 통로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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